Friday 1 December 2017

靜物

모든 일은 갑자기 일어난다고 말씀하시곤 하던 아버지와 함께 집에 돌아 가던 도중 갑자기 번지 점프를 하러 갔다.
뛰어 내리기 직전까지 아무 망설임도 없었지만 떨어지는 순간 불쾌한 낙하감과 함께 후회에 휩싸였다.
몇 번 튀어 오르고 떨어지기를 반복한 후 다가온 보트를 타고 퇴장하면서 나는 일말의 성취감도 느끼지 못했다.
이로써 무언가를 이겨냈다거나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는 등의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공포는 필요에 의해 존재한다. 고소 공포를 극복한다고 해서 추락에 육체적인 내성이 생기지는 않는다.
증명은 타인을 위해 존재한다. 자신에게 무언가를 증명한다고 해서 그 가치가 겉으로 들어나지는 않는다.
누구나 소중하다는 말은 아무도 소중하지 않다는 말과 같다. 음식 냄새나 음악은 면식 없는 옆 사람에게 악취와 소음일 뿐이며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전까지 사람은 타인에게 몰가치하고 쓸모없다.

틈날 때 마다 사진을, 특히 식사 전에 음식을 찍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잘 모르겠다. 랜선을 통해 그들이 누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이 글을 통해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보여 주려 하는지.

사람과 짐승의 결정적인 차이에 대한 질문을 처음 마주친 것은 아주 오래 전이다.
그 동안 여러 가지 명사를 떠올리고 잊어 버리고는 했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줄곧 다다르던 결론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부끄러움을 알고 모르고는 상당한 차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과
내가 휴대폰의 악세사리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내 과거에 확실한 의미가 깃든 행동은 하나도 없다.
뭐든지 갑자기 시작했고 뭐든지 갑자기 끝냈다.
얇고 부드러운 귀와 혀.
모든 생물은 살아 있다는 장애를 가진다.
육체에 갇힌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실 나를 가둔 것은 내 마음의 감옥이다.